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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6]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이몽식 2015.09.06 01:57 조회 수 : 2370

비르사 언덕에 올라와

멀리 누워 있는

지중해를 바라보니

옛 카르타고의 찬란한 역사를

가늠케 하는

거대한 터와 기둥들


그 역사의 뒤안길에는

로마의 극심한 박해에도

신앙을 지키며

순교의 피를 흘린

북아프리카의 영적 거성

키프리안을 기념하는

교회의 터가 있고

그 교회의 터 위에는

아들을 로마로 유학 보내고

매일 지중해를 바라보며

눈물의 기도로

탕자 어거스틴을

성자로 회심시킨

모니카 여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옛 영광을

아는지 모르는지

뜨거운 바람에

바짝 마른 풀포기와

몇몇 야자수만이

눈을 뜨지 못하게 하는

강렬한 햇살과 함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순례자는

흔적만 남아 있는

역사의 무상함에

다시 이 땅을 영광스럽게

회복시킬 그 날을 기다리며

간절한 염원을 올려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