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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1] 재회(再會)

이몽식 2014.09.21 02:45 조회 수 : 3632

비 오는 날

때로는 분주함에

당신을 저만치 두고

뒷모습만 바라보는 것으로

나와 함께 하실 것이라는 말씀에

스스로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바람 부는 날

때로는 염려로 인하여

당신 곁에 서지 못하고 서성이다가

희미한 당신의 뒷모습을 놓치고도

항상 난 당신이 제 주변에

계실 거라고 변명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천둥 번개 치는 날

때로는 딴 생각하다가

멀찌감치 당신을 떠나

어둠 속에 헤매이다

아예 미아가 된 적도 있지요


가을 문턱에

들어선 어느 날

호수에 비친 물결에

파란 하늘 옷을 입고

저를 물끄러미 보시는 날

당신 안에

내가 보이질 않아

그만 펑펑 울어버렸어요


울음소리에 다가와

문을 두드리며 손을 내밀고

기다리고 계신 당신에게

달려 나가 문을 열고

꼼짝없이 당신 앞에 마주 앉아

기쁨의 식탁을 나누며

그간 당신의 빈자리에

보고 싶은 당신으로 가득 채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