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가지 맨살에
흔들리는 바람
꽃샘추위 몸살을 앓더니
작은 꽃눈 틔워
고독한 몸짓으로
꽃망울 맺더니
송이송이
깨끗한 슬픔이 터져
슬픔을 담고
한 서린 아픔이 터져
아픔을 보듬어
맨 몸을 불태워
사월을 뜨겁게 하더니
주위의 어둠을 접수하고
봄밤을 환하게 밝히는 등불
그리도
당당하고 대차게
아름답고 늠름하게
봄을 지키더니
너무나 짧은 사월
기다리지 않고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한밤 봄비에 몸을 날려
짧고 굵은 생(生)을
장렬하게
사랑의 흔적 남기고
하늘 향해 두 손 모아
순교(殉敎)하듯
툭 툭
떨어져
세상과 작별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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