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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3] 바베트의 만찬

관리자 2010.03.28 09:38 조회 수 : 6217 추천:32

필립 얀시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바베트의 만찬’이라는 이야기인데 이자크 디네센이란 작가가 소설로 써서 영화화되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노르웨이의 외딴 시골에 경건한 삶을 추구하는 루터교의 금욕주의 신도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있습니다. 나이 드신 목사님에게 마르틴느와 필리파라는 두 딸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그들에게 연정을 품는 청년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사랑과 결혼을 덧없는 욕망으로 여기는 청교도목사 아버지의 가르침에 순종하고 살아갑니다. 그 후 15년이 지나고 두 자매의 아버지인 목사님이 죽습니다. 그 이후 교회는 신앙이 타락하고 교회 교우들의 관계는 극도로 나빠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베트라는 여자가 찾아옵니다. 바베트는 프랑스 혁명으로 모든 것을 잃고 오직 목숨 하나만을 건지기 위해서 자매를 찾아왔다고 말합니다. 그날부터 그녀는 12년을 함께 살아갑니다.

성실하고 명랑한 바베트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었을 때, 프랑스로부터 편지가 왔는데 바베트가 친구를 통해 복권을 샀는데 일만 프랑(약 천오백만원)의 복권이 당첨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르틴느와 필리파는 바베트가 프랑스로 떠날 것이라 짐작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바베트는 목사님의 백번째 추모일을 기념 하여 마을사람들에게 프랑스 정식으로 만찬을 대접하겠다고 말합니다. 자매들은 거절하지 못하고 허락하게 됩니다. 바베트는 엄청난 술과 음식 재료들을 사들이고 몇 주에 걸쳐 배로 운동됩니다. 검소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던 자매들은 지나치게 화려한 만찬이 될까봐 걱정이 태산입니다.

마침내 만찬의 날, 두 자매는 아버지 생전에 친분이 있으셨던 노파 로벤헬름 장군이 참석한다는 소식에 기뻐합니다. 식사가 시작되자 마을 사람들은 약속대로 침묵을 지킵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장군뿐입니다. 그러나 다른 교인들은 여전히 그 진귀한 요리들을 아무 말 없이 무표정으로 먹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냉랭한 교인들의 마음을 풀어 놓기 시작합니다. 분위가 점점 훈훈해지면서 목사님의 생전이야기도 합니다. 그동안 서로에게 잘못한 것에 용서를 빌고, 원수같이 지내던 두 노파도 말문이 터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베트가 메추라기 새끼 요리를 내 오자 장군은 이 요리는 딱 한군데, 한 때 여자 주방장의 명성이 높았던 파리에서 유명한 “카페 앙글레”라는 식당에서밖에 보지 못했다며 감탄합니다. 식사가 끝나고 교인들은  교회 밖으로 나가 우물가에 둘러 모입니다. 그리곤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서로의 손을 잡고 평소 함께 부르던 찬송을 힘차게 부릅니다.

이 광경을 보면서 두 자매는 감격하여 바베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할 때, 바베트가 “제가 한때 파리에 있는 ‘카페 앙글레’의 요리를 맡았어요.” 마르틴느가 “파리로 돌아가셔도 오늘 저녁은 잊지 못할 거예요.”라고 말하자 바베트는 “아니요, 파리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행여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 여비가 없어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자매가 묻습니다. “복권에 당첨된 만 프랑이 있잖아요?” 이어 바베트는 “방금 전 만찬에 저의 만 프랑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다 써버렸어요. 놀라지 말세요. 카페 앙글레에서는 열 두명이 제대로 먹는데 그 만큼 들어요.”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로 구원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참된 제자의 삶은 바로 예수님처럼 사람들에게 생명을 얻게 하는 삶입니다. 그것은 종교적 열정이나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이 아닙니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섬김으로 그들로 하나님과 화목을 이루게 하고 이웃과 화목을 이루는 삶을 살게 하는 것입니다. 2010년도 고난주간,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면서 진정 나와 함께 하는 가족과 이웃을 어떻게 섬길 것인지 기도하는 시간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