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을 바라보는
이 나이가 되도록
수많은 달력을 찢었는데
올 한해 마지막
12월 달력을 찢으려 하니
손이 살짝 파르르 떨린다
그날
그렇게
성탄과 함께
떠나는 한 해를 붙들려고
눈 덮인 겨울 거리에서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울어도
꺼져가는 생명의 촌음(寸陰)을
잡을 수 없었던 기억이
지금도 이리 생생하여
가슴이 아리고 먹먹한데
여전히
올 한해도 돌아보면
365일 시간 속에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보낸
무관심한 시간들
사랑하지 못하고
무감각하게 만난 사람들
범사에 자족하지 못하고
무절제하게 부린 욕심들
사람을 살리지 못하고
무자비하게 쏟아낸 언어들
지금이라는 기회를 놓치고
후회와 자책의 사건들
소중함과 따뜻함을 잃어버리고
쌓아버린 삶의 편린(片鱗)들
홀로 광야에서
마음을 찢어 눈물로
떼어낸 12월 달력에
그의 약속을 담아
새해 달력을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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