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럼
기울어 가는
성내천 저녁 노을빛에
하늘은
파란 얼굴을
밤에게 내어주기
아쉬운 듯
선명하게
작은 몇 개의
흰 구름과 함께
붉은 춤을 추며
남한산의 자태를
흔들어 깨울 때
당신 앞에 나는
뚜껑 없는
빈 항아리처럼
그 자리에
꼼짝없이 서서
어둠에 소멸되지 않는
하늘을 담고
바람을 담고
구름을 담고
노을을 담고
그렇게
마음 아귀까지
당신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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