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떠난 뒤로는
유난히 비가 많이 옵니다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에도
달빛에 젖어 있는 구름위에도
밤새 내리는 비는 바람을 적시고 갑니다
화사하게 피었던 꽃들이
밤새 내린 비에 하얗게 땅을 덮어버려
빗물은 봄꽃을 실어 여울로 흘러가고
그리움도 떨어진 꽃에 같이 흘러갑니다
아침에 비가 그치고
빗소리와 함께 나는 그대를 떠나지만
밤새도록 깨어 있던 그리움에
그대는 다시 소리 없이 내 안에 있습니다
그렇게 나는 항상 그대를 떠나지만
그대는 그렇게 이미 내 안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나는 항상 여기서 그대는 항상 거기서
꽃이 피는가 싶다 하면 다시 지는 봄꽃처럼
아름다운 지난날의 짧은 시간을 함께 피고 지며
영원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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