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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1] 풀잎, 난 네가 좋아

이몽식 2015.06.21 01:32 조회 수 : 2878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도 좋아

사람들이 내 이름을 몰라도

조물주가 붙여준

고유한 내 이름이 있거든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아

별로 화려하지 않아도

나만이 피울 수 있는 색깔로

작은 꽃을 피우고 있거든


바람에 아무리 흔들려도 좋아

흔들릴 때마다

풀씨로 어디에나 떨어져

새로운 생명을 퍼뜨리거든


사람들이 아무리 밟아도 좋아

그래도 부러지거나

꺾이지는 않고

잠시 후 바람만 불면

또 다시 일어나거든


상처가 아무리 있어도 좋아

긁혀 베인 자국마다

풀내음 진하게 진동해

숲속의 아름다운 향기가 되거든

 

모든 사람들이 잊어도 두렵지 않아

긴밤 님을 기다린 별빛을 담아

잎새 끝 한 방울 이슬이 되어

남들이 알지 못하는

찬란한 아침을 매일 맞이하거든


풀잎

사람들이 지나쳐도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볼 품 없어 보여도

어디서나 피어나는

풀잎, 난 네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