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스치는 바람 지나듯
빨리 지나가는 것은
여느 해와 다르지 않는데
명치에 걸린 체처럼
지난 어둔 시간의 기억들이
내려가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분명
올 한해도
소중한 시간들이
기억할 수 없이
빠르게 종종 걸음으로
지나갔건만
아련한 그리움 속의
아픈 기억들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멈추어 있다
오늘
한 장 남은 달력을 뜯어
한 해를 뒤로 하고 보니
일 년 삼백 육십 오일은
나를 만들어 가신
그 분의 가장 큰 선물
매일 흘렸던 눈물은
위로의 강물이 되어 흘렀고
매일 아리고 아픈 고통은
십자가에서 매일 죽고 살기를
반복하는 단련한 정금이 되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의 정점(頂點)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삶을
기도했던 젊은 시인처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
내게 주어진 길을 뚜벅 뚜벅 걸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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