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탯줄을 끊고
아무 것도 없는 세상에
홀 홀 단신 나왔을 때
오직 엄마 젖줄 하나로
내 모든 삶은 충분했다
어릴 적에는
힘들고 아플 때마다
엄마에게 달려가
한 뼘도 안 되는
엄마의 가슴에 안기기만 하면
내 마음의 고통은
한 순간에 해결되었다
배고픈 시절에는
있는 것이라곤 고작 된장과
배추 잎사귀 몇 가지 밖에 없어도
자식 입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고
만드는 엄마의 손만 가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허기짐은 풍성하게 채워졌다
자식이 다 컸어도
자식 가는 길 고단하고
피곤한 모습 보며
날마다 새벽 깨워 늦은 밤까지
마른 입술 떨며 드리는
어머니 눈물의 기도가
가슴에 진주를 만들어
내 가는 길을 비추어준다
요즘
마른 몸에 서서히
굽어지는 어머니의 등을 보며
내가 평생 붙어 있었던
혹처럼 다가와
내 부끄럽고 죄스런 손으로
몰래 어루만져 보니
평생 자식을 짐 진 흔적이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70 | [2014-06-29] 검은 색이 아름답다 | 이몽식 | 2014.06.29 | 3622 |
469 | [2014-06-22] 숨겨진 마음 | 이몽식 | 2014.06.28 | 3558 |
468 | [2014-06-15] 부르심 | 이몽식 | 2014.06.15 | 3574 |
467 | [2014-06-08] 설악(雪嶽)의 새벽 비 | 이몽식 | 2014.06.08 | 3642 |
466 | [2014-06-01] 담쟁이넝쿨 | 이몽식 | 2014.06.03 | 3802 |
465 | [2014-05-25] 여보! | 이몽식 | 2014.05.25 | 3688 |
464 | [2014-05-18] 참회(懺悔) | 이몽식 | 2014.05.18 | 3723 |
» | [2014-05-11] 어머니 | 이몽식 | 2014.05.11 | 3689 |
462 | [2014-05-04] 사랑하는 아들아 | 이몽식 | 2014.05.04 | 3812 |
461 | [2014-04-27] 사랑하는 너를 보내며... | 이몽식 | 2014.04.27 | 3823 |
460 | [2014-04-20] 부활의 아침에 | 이몽식 | 2014.04.20 | 4296 |
459 | [2014-04-13] 진달래 | 이몽식 | 2014.04.13 | 3879 |
458 | [2014-04-06] 목련(木蓮) | 이몽식 | 2014.04.06 | 3899 |
457 | [2014-03-30] 다시 찾아온 봄 | 이몽식 | 2014.03.30 | 3906 |
456 | [2014-03-23] 기다림으로 | 이몽식 | 2014.03.23 | 4407 |
455 | [2014-03-16] 당신을 잃고서야 | 이몽식 | 2014.03.17 | 4557 |
454 | [2014-03-09] 다시 오는 봄 | 이몽식 | 2014.03.09 | 4900 |
453 | [2014-03-02] 사랑이 아니고는 | 이몽식 | 2014.03.02 | 4218 |
452 | [2014-02-23] 당신이 떠난 빈자리 | 이몽식 | 2014.02.23 | 4255 |
451 | [2014-02-16] 고독(孤獨) | 이몽식 | 2014.02.16 | 41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