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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1] 어머니

이몽식 2014.05.11 05:00 조회 수 : 3689

엄마의 탯줄을 끊고

아무 것도 없는 세상에

홀 홀 단신 나왔을 때

오직 엄마 젖줄 하나로

내 모든 삶은 충분했다


어릴 적에는

힘들고 아플 때마다

엄마에게 달려가

한 뼘도 안 되는

엄마의 가슴에 안기기만 하면

내 마음의 고통은

한 순간에 해결되었다


배고픈 시절에는

있는 것이라곤 고작 된장과

배추 잎사귀 몇 가지 밖에 없어도

자식 입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고

만드는 엄마의 손만 가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허기짐은 풍성하게 채워졌다


자식이 다 컸어도

자식 가는 길 고단하고

피곤한 모습 보며

날마다 새벽 깨워 늦은 밤까지

마른 입술 떨며 드리는

어머니 눈물의 기도가

가슴에 진주를 만들어

내 가는 길을 비추어준다


요즘

마른 몸에 서서히

굽어지는 어머니의 등을 보며

내가 평생 붙어 있었던

혹처럼 다가와

내 부끄럽고 죄스런 손으로

몰래 어루만져 보니

평생 자식을 짐 진 흔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