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지난겨울
무너진 벽에서
다시는
봄이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지나는 한낮 햇살에
인기척도 없이
그만 성큼 봄이 왔습니다
예전의 봄은
아지랑이 피는
언덕에 꽃망울 터뜨리며
개울가의 흐르는 물소리보다
먼저 기다리는 마음에
눈부시게 설레는
봄이 왔었습니다
올해 봄은
그토록 바람에 흔들리며
힘겹게 꽃순을 만들고
긴긴 겨울 내내
눈비를 맞아가며
모질게
꽃망울을 터뜨리는데도
봄이 오는지 몰랐습니다
다시 오는 봄은
당신이 가고 오는 봄이라
따뜻한 봄기운에도
그리움 사무치고
잠시 스치는 봄바람에도
속살 떨리고
길섶 돋아나는 풀잎에도
한없이 부끄럽고
이렇게 살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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