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떠난 뒤에도
당신은 내가 있는 모든 곳에 있습니다.
당신은 아직도 내가 가는 모든 곳에 있습니다.
현실이 아무리 당신의 부재(不在)를 알려도 소용없습니다.
아무리 현실이라고 이야기해도 아직도 나는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새벽 기도하러 일어나 집을 나설 때도
벌써 당신은 다정한 눈빛으로 다녀오라고 합니다.
세수하고 아침밥 먹고 현관문을 열고 나갈 때
내 행색을 보더니 넥타이가 삐뚤어졌다고 바로 잡아 줍니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피곤하여 집에 들어갈 때도
여전히 내 피곤한 손을 잡고서 환하게 맞아 줍니다.
지난 목요일 눈이 펑펑 오는 날에도 눈발사이로
당신은 어린아이처럼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내 마음에 하얀 눈을 깔아주고 있었습니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도 지척지척 따라오며
운전하고 가는 내내 주저리 주저리 잔소리하다가
언제 그러기라도 했느냐는 듯이
당신은 이내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지난밤에는 내 옆에 곤하게 자고 있는
아들 주만이에게 와서 걷어찬 이불을 덮어주며 볼을 비비고
살며시 머리에 손을 대고 기도하는 듯 이내 내 옆에 누웠습니다.
자다 밤중에 눈을 뜨니 당신은 일어나 딸들 하은이 우림이
가족 카톡에 학교 입학 안내사항을 빼꼭히 적어 보내느라
밤잠 자지 못하고 피곤하여 잠에 골아 떨어졌습니다.
당신은 분명 내 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기억으로 당신은 내 곁에 있습니다.
지나가는 당신의 기억을 아무리 멈추려고 해도
고장 난 시계처럼 계속 기억의 태엽은 돌아가
당신은 내 삶의 곳곳에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좀 더 많은 세월이 흘러야 이 모든 기억들이
당신의 부재(不在)로 인하여 언젠가는 현실로 돌아오겠지요.
지금은 그냥 기다리겠습니다.
언젠가 영원한 시간 속에 다시 만날 소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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