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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39] 폐하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 없습니다.

관리자 2007.10.01 02:25 조회 수 : 6181 추천:27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정실왕비와 많은 후궁을 거느린 임금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임금이 자기가 거느린 여인들이 정말 임금을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부귀영화를 좋아하는 건지 알고 싶어서 그들을 다 한 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좀처럼 없던 일이라 어리둥절한 채로 한 자리에 모인 임금의 여인들 앞에 임금이 근심어린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임금이 말했습니다. “이제 내가 나이가 들어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구나.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 너희를 불렀단다. 너희 장래를 위해 소원 한 가지씩을 들어주려한다. 내일까지 잘 생각해 오거라.” 각자 처소에 돌아온 여인들은 밤새 무슨 소원을 아뢰어야 임금이 없어도 편히 살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다시 모인 임금의 여인들에게 임금은 물었습니다. “이제 왕비부터 말해보시오. 내가 무엇을 해주길 원하오?” 그러자 왕비는 “물론 저야 지금의 세자가 왕위에 오르는 것입니다.” 라고 했다. 왕은 흔쾌히 이것을 약조했습니다. 그리고 나이순으로 빈(嬪)들에게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이는 땅과 집을, 어떤 이는 금은보화를, 어떤 이는 친정식구의 감투를 택해 아뢰었습니다. 그런데 맨 마지막에 가장 어린 빈의 순서가 되자, 그녀는 치마에서 큰 보자기 하나를 꺼내더니 “폐하, 저는 다른 아무 것도 필요 없습니다. 폐하가 돌아가신 후의 일은 알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이 보자기 안에 폐하만 들어오십시오. 저는 오직 폐하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 없습니다.”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임금은 그제야 웃었습니다. “그래, 나도 다른 여인들은 필요 없단다. 오직 너 하나면 된단다.”

이 글을 읽고서 깊은 묵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요즘 저의 묵상이 '사랑'이라는 주제에 있기 때문입니다. 제 자신에게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사랑 아닌 것을 찾아내어 제거하는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즘 저에게는 어느 때보다 건물 때문에 교회와 선교회를 위한 하나님의 능력을 구하는 기도제목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기보다는 하나님의 손을 구하는 기도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둘 다 필요한 것이지만 한 쪽에 쏠려 있는 제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내용을 묵상하면서 질문이 내 마음에 생겼습니다. "혹시 이 여인들처럼 본질적인 사랑은 빠져 버리고 껍데기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건성이고 실제 그 덕을 보려고 하는 마음이 더 크지 않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나는 진정 하나님의 능력을 기대하는 만큼 진정 나는 하나님을 기뻐하고 사랑하는 사람인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잘 읽어보면 예수님께 병 고침만 받으려고 오는 모든 사람에게 예수님은 능력을 행치 않으셨습니다. 그들은 예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의 능력만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부하게 되고, 병 고침을 받고,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 예수를 믿는 목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예수를 소유했기 때문에 더불어 얻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구원받고 살아가는 삶은 주님과 교제하며 사랑하는 삶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앙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교제와 사랑의 기쁨은 사라지고 신앙생활이 재미가 없어지고, 무감각해질 때가 있습니다. 부부도 오래 살다보면 연애시절 그 좋아하던 감정이 식어지고 권태가 찾아옵니다. 이때가 부부의 위기입니다. 신앙생활도 그렇습니다. 처음에 가졌던 사랑이 식어지면서 더 이상 신앙생활의 동기와 열정이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사랑할 때는 모든 것이 사명이요, 미션이지만 사랑이 없는 사람에게는 주님의 일도 부담과 일로 다가 올 뿐입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늘 불만족과 권태가 있으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만족함이 있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구하는 은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윗이 그 어려움 속에서도 "내 잔이 넘치나이다"할 수 있었던 것은 주님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지 환경 때문이 아닙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행복한 주향한 공동체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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