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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4] 지리산 등반

관리자 2006.08.20 08:54 조회 수 : 5181 추천:51

지난 17일 아침 출발, 1박 2일 일정으로 가족과 함께 목사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이 수련회는 일 년에 한 번씩 동기 목사님 가정들과 함께 교제와 친목의 시간을 다지는 수련회입니다. 보통 조용한 장소로 가서 가족들과 함께 휴식하며 이런 저런 그간 목회 활동을 나누는 시간으로 가졌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어느 목사님의 제안으로 지리산 등반을 계획하고 출발했습니다. 지리산을 차를 타고 지나면서는 보았지만 등반은 처음이었습니다. 지리산 등반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등산이겠거니 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등산임을 첫날 세석 대피소에 도착해서야 알았습니다.

우선 첫날 오후 1시에 도착하여 잠시 도시락을 먹고 백무동 입구에서 첫날 목적지인 세석 대피소까지 약 7km까지 등반을 하였습니다. 내용도 모르고 가볍게 즐거운 마음으로 온 식구들이 출발했지만 약 4km가 넘어가자 모두들 힘들어 말이 없어졌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힘들다고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여기서 돌아 갈 수 없다는 말로 배수진을 치고 격려하며 해발 1600m 세석 대피소까지는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1시에 출발하여 저녁 7시 20분에 도착했으니까 무려 6시간 등반을 한 것입니다. 지칠 대로 지쳐 움직일 힘이 없었지만 먹기는 해야겠기에 가져온 라면과 햇반을 겨우 먹고 군대 내무반처럼 되어 있는 대피소에서 잠을 청하여만 했습니다.

높은 산에 대피소란 곳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처음 가보았습니다. 가보니 등반하는 사람들이 잠시 머룰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나무로 지어진 군대 막사 같은 것이었습니다. 온 몸이 땀범벅이 되었지만 대피소에서는 샤워는 물론 세면도 할 수 없었고, 칫솔질 조차 치약을 쓰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늘 집에서 하는 한 번의 샤워가 정말 그리운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산 아래의 더운 여름 열기는 온데 간데 없고 도착하니 쌩쌩 찬 바람 불어 긴 옷을 입어야 했습니다. 들려오는 태풍 소식이 모두를 두렵게 했지만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내일의 등반을 위하여 피곤하여 잠에 골아 떨어져 잤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니 짙게 깔린 비안개가 한 치의 앞도 볼 수 없게 했습니다.  모두들 태풍 소식에 걱정은 되었지만 지리산의 정상인 1915m 천황봉 등반을 포기할 목사님들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등산을 할 수 없다고 하여 내려가려던 참이었는데 그 대세에 어쩔 수 없이 출발했습니다. 세석 대피소에서 천황봉 정상을 가려면 중간에 3.5km 거리의 장터목 대피소를 거치게 되었습니다. 입이 한 치나 나온 아이들을 데리고 비구름에 젖은 비를 맞으면서 출발했습니다. 도중에 우리 가족 일행은 완전히 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1.7km 거리의 천황봉 정상을 앞두고 장터목에서 돌아 내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다리와 무릎 관절이 너무 아프다고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저 역시 오른 쪽 아픈 관절이 너무 심하게 통증이 와서 정상은 다음을 기약하고 1705m에서 만족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하산하는 것도 무려 약 6km 거리를 걷다 쉬다를 반복하여 무려 5시간 반동안 걸으면서 오후 4시에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등반을 하고 깨달은 것이 참 많습니다. 정말 힘들기는 했지만 자기와 싸움을 한다는 면에서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우리 가족 모두가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을 뼈저리게 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의욕이 있어도 몸은 마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각자가 등에 무거운 멍에를 지고 정상을 향한 걸음이 마치 천국을 향한 믿음의 경주란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정말 주님의 임재 가운데 말씀을 묵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 정말 지리산의 진가를 보았습니다. 평상시 겉에서 보는 지리산과 등반을 하면서 산 속에서 보는 지리산은 전혀 다른 산이었습니다. 다른데서는 볼 수 없는 너무나 아름답고 신기한 꽃들과 나무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 고산지에는 희귀한 꽃들과 나무와 바위들이 즐비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면서도 등산하는 이유를 조금을 알 것 같았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힘들면서도 천국을 향하여 믿음으로 사는 이유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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