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더위 지나가고
그 자리에 갈바람 불어
하늘은 높아지고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익어가는 계절
은은한 억새 하나로
충분하고 넉넉한 가을처럼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떠날 채비하는 낙엽처럼
조금씩 철이 들어가고
이별도 소망이 되는
침묵의 기도
그리움으로 이름 하는
모든 것들을 마음으로 섬기며
아파하는 이들을 토닥이며
상처로 상처를 덮어주고
눈물로 눈물을 닦아주는
기도의 손을 들고 나갑니다
이 가을에
처음인 냥 마지막 인 듯
눈멀고 귀먹도록
호올로 당신 앞에 앉아
당신의 은총에 흠뻑 젖어
당신의 빛깔로 물들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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