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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 수련회를 다녀와서...

박성범 2005.08.13 02:37 조회 수 : 24864 추천:171

기행문  -  수련회를 다녀와서…

  수련회를 떠나기 전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었다. 한편으론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이 있었지만, 여름에 먼 곳으로 가서 고생만 하고 오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뒤로하면서 대형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목사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짧게 내가 읽고 있던 책에 대해서 목사님과 얘기하고 있는데, 우리교회 봉고차가 갓길에 차를 멈추고 서 있는 게 보였다. ‘차가 퍼졌어요~!!!’ 라고 다급하게 외치자 목사님과 장로님, 이영종집사님과 앞에 계시던 모든 분들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차를 멈추고 교회차를 향해 뛰어가셨다. 다행히 차량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단순한 펑크였다. 차 안에 있던 모든 분들은 지난 제직수련회 때 있었던 사고를 생각하며, 큰 사고가 아닌 것에 매우 안도하고 감사하시는 분위기였다. 타이어를 교체하고 차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두고 청년들도 전세버스에 옮겨 탄 뒤, 버스는 다시 목적지를 향해 갔다. 도착지에 도착해가자, 왠지 마음 속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깥에서 자기 싫어… 불편해…’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괜히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이는 건 왜 그럴까? 아마도 내가 아직도 이런 공동체 활동을 즐기지 못하고 살아와서 그렇지 않나? 싶다.
  ‘하나됨’을 강조하시는 목사님의 설교와 개회예배는 주일날 오전 예배 설교에서도 말씀하셨던, ‘진리 안에서 하나됨’이라는 주제를 다시 한번 깊이 묵상하게 했다. 진리 안에서 하나됨이란, 진정한 사랑으로 열매 맺는다. 그것은 분명 정죄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허물을 덮어주고 사랑의 동기로 상대방을 대하고 세워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진리 안에서 하나됨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공격하는 쪽에 더 많이 있었음을 회개했다. 이번 수련회의 모토(motto)는 남을 비난하지 않고, 세워주는 사람이 되자~였다. 3박 4일간 주일말씀과 개회예배 설교 말씀을 실천해 보고 적용해 보는 너무나도 좋은 장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3시 반까지 마피아 게임을 하는 강행군(?)을 하고 다음날 새벽 6시에 아침 밥을 하러 식당에 나갔다. 내가 별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양파를 까고 파를 썰고, 장현주 집사님이 간을 맞춰주시면 오뎅을 볶고…. 내가 직접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밥을 해보니까 매주 그 일을 하시는 집사님들이 새삼 존경스럽고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의 밥을 한꺼번에 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열심히 맛있게 밥을 해주시는 집사님들에게 감사드린다. 아침식사를 맛있게 하고 곧바로 이어진, 구약의 파노라마 강의. 솔직히 나도 신학교에서 공부한지 벌써 4년째지만, 구약성경의 전체 윤곽을 파악하는 것 조차도 쉬운 일이 아님을 고백한다. 성경을 읽을 때 제일 답답한 건 너무나 많은 작은 가지들 때문에 큰 줄기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전체를 모르고 부분을 읽으니, 무슨 내용인지 이해도 가지 않고 답답하기만 해서 성경문제들을 접할 때도 저런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 과연 무식하게 답을 외우기만 해야 할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구약의 파노라마는 그러한 성경의 큰 줄기를 보게 해주는 강의여서 좋았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이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남유다가 멸망한 이후에 포로생활을 한 것처럼, 북이스라엘에도 그러한 기간이 있었는지가 혼란스러웠다. 구약의 파노라마 강의 중에 ‘이스라엘은 흩어짐’이라는 동작과 함께 포로시대는 남유다에게만 있었음이 머리 속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짧은 시간 동안 성경의 스토리에 구멍 난 부분과 조각들을 잇는데 정말 유익한 강의였음을 인정한다. 신약의 파노라마도 듣고 싶다.
  개울에서의 물놀이 시간 저녁식사 후에 목사님의 주제강의와 민경누나의 치아건강강의가 이어졌다. 목사님의 주제강의는 평소에 제자훈련 등에서 많이 듣던 말씀이었지만, 새롭게 그런 것들을 다시 정리해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목사님께서 육체가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예배와 찬양으로 단번에 회복하실 수 있다는 말씀을 듣고는, 항상 육체가 약해 쉽게 지치고 잠에 빠져드는 나를 생각하며, 나도 그런 은혜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민경누나의 강의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듣는 것이었는데, 두 번 모두 다 나에게 유익했다.
  교인들 전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자 청년회원들만의 시간이 있었다. 각자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일을 얘기하고 그 상처들을 내려놓자고 고도사님이 제안하셨다. 깊은 나눔이 있었고, 서로를 위해 뜨겁게 기도해주는 시간들이 계속 이어졌다. 또, 각자가 서로 얘기하고 싶은 사람을 자유롭게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기도해주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는 평소에 한 자매의 단점을 보고 지나치게 그것만을 생각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것을 회개하고 그러한 이야기를 당사자에게 직접 고백했다. 내가 내려놓은 부분에 대해서 그 자매도 답변을 했고, 그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부정적인 생각이 그 자매에게도 전해지고 있었음이, 또한 그것이 그 자매와의 인간관계와 목장에서의 참여도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게 되었다. 목원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목장모임이 될 수 없음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목자와 목원 간의 관계가 신뢰로써 구축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목장모임에 한,두 번 참석하고 하지 않고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건 사랑이고 신뢰임을 깨달았다. 기도하고 얘기들을 나누다 보니 3시 반이 되었다. 전날도 2시간 밖에 못 잤는데, 다음날도 3시간 밖에 못 자게 된 것이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며 잠에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천근만근 같은 눈꺼풀을 들며 잠에서 깨고 비몽사몽으로 새벽예배를 드리고 아침 밥을 먹고 앉아있으니 무거워진 몸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해수욕장에 간다고 했지만, 차를 타고 어디로 간다는 것 자체만 좋았지 너무 피곤해 바닷가에 가서 뛰놀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았다. 갈아입을 옷도 준비하지 않고 그냥 구경만 해야지… 하고 봉고차를 타고 등명해수욕장으로 갔다. 막상 바다를 보니, 바다냄새가 추억도 자극하고 너무 시원해 보여서 반바지를 입고 뛰어들고 말았다. 집사님과 자매들을 한,두 명씩 목사님까지 짖굿게 바다에 빠뜨리고 몸이 으슬으슬 추워져서 바깥으로 나왔다. 라면을 먹고 이제 물에는 들어가지 말아야지… 마음 먹고 있는데, 고도사님이 수구를 하자고 했다. 몸이 추워 감기에 걸릴 것 같은데, 바다에서 공놀이를 하자니… 아연질색했다. 처음엔 싫다고 했는데, 짝이 안맞는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다. 별로 하기 싫은 상태에서 했지만, 일단 경기에 돌입하자 생각보다 정말 박진감 넘치고 과격해졌다. 바다에서 공을 던지고 그 공을 쫓아가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나는 수영도 못해서 상대편이 공을 몰고 오면, 땅을 짚고 바닷물을 가르고 달려가 상대편 선수를 붙잡고 넘어뜨리는 수 밖에 없었다. 첫 게임은 청년들이 장년집사님들에게 완패했다. 두번째 게임에서는 전도사님과 청년들 모두가 의기투합하고 작전을 새로 짜서 게임에 임했다. 두번째 게임에서는 청년들이 우세했다. 물 속에서 뛰어다니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경기를 지기는 싫었다. 이를 악물고, 숨이 차서 힘들고 바닷물이 입 속으로 들어갈 때에는 그냥, ‘악~악’ 기합을 질러대며 뛰어다녔다. 문근혁 집사님의 막무가내 물장구튀기기 공세와 김운철 집사님이 압도적인 힘으로 우리의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공격 등… 도저히 수구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그냥 물개들의 싸움이라고 보면 될 것 같은 경기였다. 경기는 결국 시간관계상 끝을 맺지는 못했지만, 바닷물에 흘려 보낸 땀방울 만큼 집사님들과 살가운 정을 느끼고 단합됨을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해수욕장에서 돌아온 후에 바비큐 파티를 했다.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장작불에 활활 타오르는 고기를 굽고 그 고기를 접시에 담아 돌리고 하는 일들이 재미있었다. 어떤 때는 정말 내 팔꿈치 길이 만큼의 고기를 집게에 집어 들고 한꺼번에 먹을 때도 있었다. 그런 고기는 앞으로도 먹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전체교인들의 교제시간이 이어졌다. ‘주향한교회에 와서 하나가 된 것을 느낀 때는? 우리교회 자랑은? 각자의 비젼과 기도제목은?’ 이 세가지 질문을 놓고 모든 교인들이 한 명씩 답을 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기 전에는 각자를 재미있게 소개하라고 하셨다. 모두들 개성 있게 소개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주향한교회의 집사님들은 역시 어디를 가나, 끼는 변치 않으신다. 내 차례가 오자. ‘ 보드라운 피부, 섬세한 머릿결, 아름다운 눈을 가진 주향한교회의 꽃미남….’이라고 소개했다. 굉장히 민망한 소개였음에도 별 반응이 없어, 그것을 인정 하시는 건가? 라고 착각했다. 모든 순서를 마치자 12시가 넘었다. 내 몸과 정신은 이제 탈진 직전이었다. 청년회는 숙소에 들어가, 게임도 하고 새벽5시까지 놀았다는데 난 숙소에 들어가자 마자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다음날 새벽에 일어났다. 새벽에 일어나서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 다른 청년들도 그런 것 같았다. 3일 연속 2,3시간 밖에 안 잤으니 다들 피곤했을 거다.
  마지막 날 아침엔 구약의 파노라마 강의의 마지막인 ‘선지서’ 부분을 듣고, 숙소를 정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모든 분들에게 함께 인사하며 버스와 봉고차에 탔다. 수련회를 마치고 오는 시간인 봉고차 안에서도 별 이유도 없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서로가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인 줄 모르고 살았나 보다. 지금까지 모르던 부분들을 알게 되었고, 더 친밀해졌다.
  수련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기도로써 준비하신 장년목장의 집사님들에게 감사한다. 이렇게 잘 조직되고 준비된 수련회는 정말 쉽지 않다. 즐겁게 놀았던 우리의 즐거움 밑에는 그 분들의 수고가 있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 역시 이번 수련회를 통해서 진리 안에서 하나되는 사람이 되자고 노력했던 것이 큰 은혜였다. 새벽부터 밤늦게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부딪히면서 간혹 어떤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그런 것을 보고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정죄하지 않으며 사람들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다른 이들의 눈에 보기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완전한 자임을 깨달았다. 공동체 안에서 하나되는 은혜는 정말 크다. 교회생활을 하지 않고 집에서 혼자 말씀을 읽고 기도만 한다고 해서 신앙과 인격이 성장하고 다듬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공동체에 더 큰 은혜를 주시는 것 같다. 하나님의 큰 은혜가 있는 수련회였다. 이런 수련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 분을 더 경외하고 알고 싶다. 주님께 영광을…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