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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들이고 공부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박성범 2008.03.02 09:37 조회 수 : 24792 추천:100



[[오마이뉴스 강기희 기자]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은 아들이 내일이면 번듯한 대학생이 된다. 초등학교 입학에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아들은 12년 세월을 규칙적으로 살아왔다. 긴 세월을 무던히 참아준 아들이 새삼 고맙고 대견스럽다. 내일 입학식이 치러지면 아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 일이 낭만적인 생활이 될지, 고통의 세월이 될지는 아들 스스로 선택해야 할 몫이다.

부모의 철학이 분명하면 학원 보낼 필요 없다

한 없는 자유와 책임이 동시에 주어지는 대학생활. 대학은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자 꿈을 이룰 수 있는 현장과 다르지 않다. 나는 아들이 대학생활을 누구보다 잘해 나갈 것을 믿는다. 나는 아들에게 정신적 혹은 교육적 독립을 어린 시절부터 요구했으며, 아들은 아비의 그러한 교육철학을 마다하지 않았다.


▲ 대치역 인근의 학원들.  
ⓒ 박상규  


아들의 과거로 돌아가보자. 아들은 한글을 일찍 깨쳤다. 조선조 문신인 정인지는 한글을 '슬기로운 사람이면 하루 아침'에 익힐 수 있다고 했으니, 아이가 이른 나이에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알아차렸다는 것은 큰 자랑거리도 아니다.

4살 무렵부터는 동화책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5살 무렵엔 생일 선물로 동화책을 선물했다. 그때부터 아들의 생일 선물은 책이었다. 책 읽기에 대해 유별난 교육을 시킨 것도 아니다. 그저 아들 옆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는 심심하다 못해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 읽기 시작했던 것뿐이다.

교육의 효과는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관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아이에게 책읽기를 가르친 것은 폭넓은 독서를 통해 내면의 깊이를 만들라는 뜻이 숨겨져 있었다. 그 일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아이에게 책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한 교육은 틈 나는 대로 했다.

학원 다니지 않고도 공부 잘하는 법? 스스로 하게끔 하라


▲ 학원에서 문제 풀이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 박상규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학원으로 보내기 바빴다. 삶이 무료했던가. 학부모들은 어느 학원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 그곳으로 몰렸고, 어느 학원 선생님이 잘 가르친다고 하면 그쪽으로 몰려갔다. 엄마들은 부동산 투자처를 찾아 다니듯 소문난 학원을 찾아 떼를 지어 몰려다녔다. 그런 영문을 알 리 없는 아이들은 엄마들이 시키는 대로 이리저리 휩쓸렸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 어떻게 공부를 시켜요?"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한 학부모에게 들은 말이다. 학원에 보내지 않고 아이가 공부 잘하기를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나는 아이가 공부만 잘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초등학생의 나이에 중학생도 절절 매는 수학 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괴물 같은 아이를 원하지도 않았다.

아이는 그저 그 나이에 맞는 사고와 행동을 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나 학부모들과 학원의 유혹은 끈질겼다. 집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것은 예사고 찾아 오기도 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에게 성적이 좋으면 학원비를 받지 않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러나 아이나 아비나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학원비도 아깝지만, 학원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아깝다는 것이었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것이 마치 중죄인이라도 되는 시절임에도 나는 아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아비 혼자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아들에게 선택권을 주었고, 아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겠다고 스스로 결정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면 모를까 같은 교육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아이는 한가롭지 않았다.

학원갈 시간이면 집에서 책 읽으며 놀게 하는 게 참교육

아비는 아이에게 예습 복습도 시키지 않았다. 숙제를 대신해 주거나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책을 찾아 보고, 그래도 모르면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물어보라고 했다. 아비는 또 가능하면 학교 공부는 학교에서 끝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집에 와서는 마음껏 하고 싶은 것들을 즐기라고 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자유였다. 아비는 어떤 일을 해도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준 것은 아이가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자 했던 것이다. 아이는 아비의 교육 철학을 잘 이해했다. 아이의 입장에서도 번거롭게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니 한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해 했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아이의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다. 어쩌다 성적이 떨어지는 달엔 "너 이러면 학원가야 하는데?"라고 말하면 다음 달엔 성적이 쑥쑥 올라갔다. 아이의 성적을 올리는 '엄포'가 학원 보낸다는 것이니 웃기지 않은가.

그러나 아이에게도 문제 과목은 있었다. 그 과목은 수학이었는데,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극복해내지 못했다. 오죽하면 학교에서조차 수학만 잘 보면 전교 일등을 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학교에선 아이의 수학 성적에 대해 안타까워했지만 정작 집에서는 태연했다. 낙제 점수도 아니고 '우' 수준의 성적이면 칭찬을 해야지 나무랄 것이 못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나마 아들이 그 정도라도 해주는 것이 감사하고 고마웠다.

"수학 좀 떨어진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는 것은 아니니 걱정마라. 모든 일은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름다운 삶이다."

이런 말을 하면 정신 나간 사람이라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다. 학원이라도 보내 성적을 끌어 올릴 생각을 해야지 부모된 입장으로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고 했다. 아이가 스스로 최선을 다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만 기대하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임을 잊고 살면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이들을 들볶으며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불협화음이 생기는 이유이고, 반항의 단초를 제공하는 일이기도 한다.

학교에서의 전교 1등이라고 하지만, 교문 밖을 나오면 수많은 1등을 만나야 한다. 그 또한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이다. 사회는 1등을 요구하지만 1등이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사회에서는 성적이 아닌 것으로 1등 할 기회가 많음도 우리는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러한 말은 철저하게 숨긴다. 학교에서의 1등이 사회에서의 1등이라는 등식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

수학 과목으로 인해 아들은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서울에 있는 대학엘 갔다. 그 정도면 잘했다. 많은 돈을 들이고도 할 수 없는 일을 아들은 빈 손으로 이루어냈다. 비록 원하는 대학을 포기하긴 했지만 그것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길 중에서 하나의 길을 포기한 것뿐이니 억울할 일도 없다. 하나를 포기하면 더 많은 길이 보이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아이를 믿지 못하면, 아이도 부모 말 믿지 않아


▲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중계동의 학원버스.  
ⓒ 박상규  


지난 12년 동안 아들은 자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웠다. 그렇다면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이다. 요즘 대학생들 대학에 가서도 혼자 공부하지 못하고 학원을 찾는다고 한다.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은 다르다. 공부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아비가 아들을 믿는 구석이 있다면 아이의 '스스로 학습법'이다.

학원 구경 한 번 못해본 아이지만 아들은 학원을 다닌 아이들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으며, 세상을 보는 눈 또한 많이 키웠다. 책에서 찾지 못하는 경험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터득하면 될 일이니 자식이지만 내 아이의 미래는 밝다. 학원을 보내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들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학원에 가야 한다는 학부모들께는 미안한 일이지만 돈 들이지 않고 공부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학원에 들이는 비용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한다면 그렇게 찐 정신의 살이 평생의 이자로 남는다. 어린 아이에게 고난의 시간을 보내게 할 것인가, 아니면 행복한 학교 생활을 누리게 할 것인가는 부모들의 철학에 달려 있다.

전남에 사는 송아무개 교사는 자신이 중학교 교사이면서도 두 딸을 초등학교만 보냈다. 아이들은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가고 싶어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두 딸은 집에서 농사 짓는 일을 도우며 나름의 공부를 했다. 스스로 갈 길을 찾아 나선 아이들이다.

학원에 모든 것을 거는 이 나라의 학부모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지만 정작 아이들의 마음은 돈으로 바꿀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돈으로 산 성적이 평생을 갈 것 같지만 그 효과는 그리 강하지 못하다.

송 교사가 그러하듯 교육적 관점은 누구나 다르다. 기본 코스처럼 되어버린 학원으로의 내 몰림 현상은 정신 세계를 추구하는 문화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다. 천박한 일류 문화가 만들어낸 병폐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아이들의 정신이 병들어가고 있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길은 학원에 보내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끔 길을 터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믿는만큼 자란다고 하지 않던가. 부모가 아이를 믿지 못하면 아이인들 부모의 생각을 믿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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